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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구약 일반

9. 성서는 오케스트라 : 신학으로서의 성서(1)

by 에르고니아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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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성서의 문학적 기법의 사용과 신뢰할 만한 역사성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성서는 신 여호와에 관한 신학문서입니다. 신학은 신의 속성에 대한 체계적이고 교리적인 학문이며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체험이며 고백의 기록이기도합니다.

 

성서가 다른 문서들과 구별되는 전례없는 독특함은 성서 전체에 스며있는 신 여호와에 대한 생각과 신에 대한 증언입니다. 고대 근동의 여러 문서들이나 여타의 역사서들에도 자신들의 신에 대한 관념과 신학(신화라고 해도 좋다)이 기록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신에 대한 이야기는 신의 탄생, 세상의 창조, 민족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 안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됩니다. 이와 달리 성서는 세상의 창조 이야기뿐만 아니라 예언, 교훈, , 역사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신 여호와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성서 속의 신 개념은 태초의 어느 순간에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거나 하늘 어디 저 높은 곳에서 인류를 내려다보는 초월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이 땅 바로 여기에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신입니다. 여호와는 초월적이면서 내재적이고 내재적이면서 초월적인 신으로 성서에 등장합니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 가운데 오늘날 신으로서 남아있는 신은 여호와 외에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신학으로서의 성서의 위대함을 증명합니다.

 

문학적 기교를 활용한 역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나님에 관해 증언한 것이 바로 성경입니다. 확실히 지난 수세기 동안 교회의 역사는 성서를 해석하고 활용함에 있어서 성서가 단순히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역사를 포함하며 그렇기에 모든 본문이 진리라고 주장했었습니다. 여기에 문학적 기법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과 역사적 사실성이 결여되어 보이는 여러 군데의 성서 본문의 발견은 이러한 교회의 주장에 타격을 가했으며 아직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여기에 강력히 저항하거나 아니면 연구결과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학으로서의 성서가 온전히 정립되기 위해서는 문학, 역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은 성서의 권위를 근본적으로 견고하게 할 수 있습니다.

 

 

성서는 오케스트라

성서는 다양한 신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본문들을 서로 연관시켜서 읽지 않고, 그들의 상호 존재를 무시하고 각각의 본문에만 집중한다면 우리는 핵심적인 신학적 모호성이나 이질성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는 것입니다.

신학은 각기 분리되어있는 특정한 신학들 자체 보다는 그러한 것들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곧 신학은 성서들 상호간의 교류와 관계의 해석을 필요로 합니다. 이것은 각각 본문의 해석보다 더 폭넓고 깊은 작업으로서, 통합적인 읽기는 구약 성서가 전체로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각주:1]

통합적 읽기는 다양한 신학의 풍성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고대 이스라엘의 신학으로서의 구약 성서는 분명히 통합적인 실재의 한 전형으로서 다양한 사람들의 관념과 체험을 잉태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각기 다른 목소리가 아닌 여호와를 향한 하나의 신 경험으로 응축됩니다. 많은 자신들이 여러 지역에서 이미 전파된 기존의 신들에 대한 파편들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여호와를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유일신 개념으로 다시 정립 되고, 성서의 기록을 통해 유일신 여호와에게로 축약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구약 성서의 신 여호와에 대한 경험과 관념은 때로는 서로 모순되거나 상반되며 동질적이기도 하고 이질적이기도 합니다. 살인을 금지하는 십계명과 적을 진멸하라는 가나안 정복 전쟁에서 보듯이, 때때로 함께 존재하기 어렵게 보이기도하며 서로 경쟁할 수도 있습니다. 신학은 의미가 여러 가지일 수 있고 타당해보일 수도 있고 무의미하고 부당할 수도 있는 모호한 경험과 해석들로 얽혀있습니다. 창세기 족장들의 경험, 출애굽기의 모세,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은 그렇기에 본문들의 경쟁과 모순을 담고 있을 수 있으며 역사적인 사실을 찾는 작업 또한 안개 속을 헤매는 보물찾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이도 우리는 고고학이나 인류학, 사회과학, 해석학 등과 같은 성서를 해석하는 탁월한 도구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성서의 해석을 통해 신학을 정립할 수 있습니다.

성서는 문학적 기교를 통해 감동적으로 읽혀지고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신학을 정립하는 신 여호와에 대한 문서이며, 여호와 신앙에 관한 객관적인 개념들을 적용시키면서 신앙적 개념과 감각을 최대화하는 작업이 들어있습니다. 그렇기에 문학과 같은 기교와 화술이 필요하며 동시에 역사와 같은 사실성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성서의 다양한 본문들은 상호 협력과 갈등 속에서 여호와에 대한 신학을 묘사합니다. 여호와는 많은 방법으로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특별히 그의 백성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은 많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여호와를 만났으며 여호와를 증거했습니다. 그렇기에 여호와에 대한 신학은 풍성한 다양성을 갖고 있으며 성서는 유일신론적이며 여호와의 전능성에 대한 확증과 조화를 이루는 증거들로 가득합니다. 궁극적으로 여호와는 누구이며 그는 어떻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만나는가, 또한 여호와의 거룩함과 광대함은 무엇인가를 찾는 작업이 신학의 작업입니다. 이는 성서들 전체가 신 여호와에게 집중하도록 하는 치열하고 집요한 교류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구약 39권의 성서는 각권의 의미가 모여서 거대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모두 같지 않듯이 성서는 저마다 다른 빛깔과 목소리로 여호와가 누구이며 어떤 신인지 설명합니다.

여러 악기들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고 있지만 다양한 소리가 모일 때 거룩한 찬양과 숭고한 신앙 고백, 경외감 넘치는 신의 형상과 모습을 광대한 오케스트라로 그려냅니다.


사진 www.freepik.com/photos/book'>Book

  1. Rolf P. Knierim, 「구약신학의 과제 1」, 강성열 역 (서울: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1), 20-2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