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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구약 일반

11. 성서고고학이란 무엇인가

by 에르고니아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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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역사성을 조금 더 세밀하고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도구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고학입니다. 검증과 과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오늘날, 고고학은 성서의 역사성을 이해하는데 탁월한 도구입니다.

고고학(archaeology)이라는 낱말은 헬라어 아르카이오’(archaio)로고스’(logos)를 합친 것으로, 옛 것들에 관한 사실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는 작업을 가리킵니다.[각주:1] 헬레니즘 시대에 이 낱말은 골동품학이나 고대 전설들또는 역사등의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구약성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고대 이집트, 시리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고고학 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구약성서 속의 고대 이스라엘에 대한 연구는 그리스나 고대 제국들에 관한 이전의 고고학 발굴이나 연구 방법에 기초하였다는 점도 기억해야합니다.[각주:2]

성서고고학(Biblical archaeology)은 성서 시대 곧 성서의 시대적 배경과 성서에 등장하는 지리적 배경에 해당되는 유적과 유물들을 발굴을 통하여 추적 분석하고, 당시의 물질문명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활상을 재구성해 보려는 학문적인 시도입니다. 버클리 대학의 로날드 헨델은 성서 고고학이란 성서 본문 자료와 고고학의 물질적 증거의 철저한 연관성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합니다.[각주:3] 성서 고고학을 시작한 이들은 대부분 구약학자들이었기에 성서 고고학이라고 하면 주로 구약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사건들과 지역을 연구합니다. 성서고고학의 기틀을 닦아 놓은 학자들이 대부분 이스라엘 학자들과 구약 학자들이었기에 신약은 상대적으로 연구를 적게 했기 때문입니다. 성서 고고학이 다루는 대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상형문자와 설형문자로 기록된 비문들, 석비나 조상(彫像), 신전 벽, 부조물, 건축물, 벽화나 조각기둥, 도기 그릇, 무기들, 개인적인 장신구들, 의복 등등 거의 모든 유물이 고고학의 연구 분야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서 본문을 중심으로 성서 속의 역사, 사건, 인물 등을 고고학의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해석하는, 학문으로서의 성서 고고학이라는 말 자체가 논란이 있게 됩니다. 과거에는 성서를 기준으로 여러 고고학 유물과 자료를 해석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서 자체가 고고학 증거와 여러 면에서 상충할 뿐만 아니라 성서 속의 사건들이 주변 나라들의 정치·경제 역학관계와 맞물려서 벌이진 일이기에 단독으로 오직 성서만 한정해서 고고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시리아-팔레스타인 고고학(Archaeology of Syro-Palestine)이라고 지칭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신약성서와 관련된 범위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고고학계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근동고고학(Near Eastern Archaeolog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물음은 고고학이 과연 어느 학문 영역에 놓여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고고학은 사회과학의 틀 안에 있는 인류학과 연결이 됩니다. 또한 그리스와 로마 및 고대 근동에 관심이 있는 고고학은 문학적·언어학적 연구와 밀접해지면서 인문학의 한 분야에 놓이게 되며 고고학의 발굴과 해석은 자연과학의 응용법을 필요로 합니다. 현대에는 생태학적인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대인은(현대인과 마찬가지로) 군사·정치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고고학은 여러 학문들을 종합하여 고대의 지표, 지리, 인구와 경제, 사회, 정치 구조를 비교적객관적으로 재구성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서 고고학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이 용어는 초기의 성서 고고학이 성서의 역사성을 증명하기 위해 고고학을 활용한다는 뜻으로가 아니라, ‘성서와 관련된 모든 고고학이라는 뜻에서입니다.

 

성서고고학의 장점과 한계

성서 고고학의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고학은 성서 사건들의 일반적인 배경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고대 근동의 민족들과 장소들을 광범위하게 복원해 준다.

- 고고학은 성서의 이야기들이 제공해주지 않는 사건들의 구체적인 시공간적, 문화적 배경을 제공해 준다.

- 유물들을 보완해 줄 물질문화의 풍부한 유물들을 제공해준다. 성서 본문들로는 복원할 수 없는 성서 시대의 일상생활을 조명해 줄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경제적 조건들, 종교와 철학, 예술과 문화, 기술, 통상, 국제 관계의 폭넓은 문화적 배경을 알려준다.

- 고고학은 민간 종교의 풍습들을 밝히는데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는 문서를 기록한 상류 엘리트의 관점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의 종교생활을 보여준다.

- 고고학 기록은 최소한 현대의 해석 작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편집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서 성서 본문보다 더 객관적이다.

- 고고학 자료들은 이미 모든 성서 본문들을 합쳐 놓은 것보다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다.

- 성서고고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A. F. 올브라이트가 오래 전에 이야기했듯이,

성서를 그 원래의 배경 속에 놓아두게 되면 성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고 더 믿을 만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성서는 더 인간적이고 덜 신()적인 듯이 보이겠지만, 그것이 신앙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성서 본문과 고고학 유물에 대한 해석은 신앙의 문제-, 지식의 문제임과 아울러 직감과 공감의 문제’-이다.

- 성서 본문 자체 연구와 고고학의 발굴 및 해석, 이 두 가지가 성서학의 앞날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한계도 있습니다.

- 비교적 객관적인 학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해석의 기술이 필요한 학문

- 고고학 기록에서 민족성을 구분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예를 들면, 도자기나 건축물을 통해 블레셋과 이스라엘을 어떻게 비교 분석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

- 고고학 유물 등의 새로운 발견에 따른 새로운 결론의 재형성.

- 고고학은 사회사, 경제사의 분석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정치사를 다루기는 어렵다.

- 50년 정도의 짧은 시기를 구분하거나 사건을 파헤치기는 어렵다.

- 같은 발굴물을 놓고 다르게 해석하는 발굴자들의 해석 경향의 문제

- 고고학이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이기에, 재정을 제공한 주체가 발굴물의 해석에 영향을 주는 문제

 

고고학은 성서의 배경이 된 역사를 재구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출애굽, 가나안 정복, 다윗과 솔로몬, 요시야, 포로기 이야기 등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데 탁월한 공헌을 합니다. 성서와 고고학의 협력을 통해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호와를 향한 그들의 신앙을 더 실제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각주:4] 


 

  1. Anson F. Rainey and R. Steven Notley, 성경 역사, 지리학, 고고학 아틀라스, 강성열 역 (서울: 이레서원, 2010), 26. [본문으로]
  2. R. E. Clements, 고대 이스라엘의 세계, 황승일 역 (서울: 은성, 1996), 16. [본문으로]
  3. Craig A. Evans, Jesus and his world, (London: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12), 6. [본문으로]
  4. 성서고고학의 최근 동향에 관한 글은 William G. Dever, “고대 이스라엘과 초기 유대교의 고고학”, Leo G. Perdue, 히브리 성경 연구, 임요한 역 (서울:CLC, 2016), 190-228을 보라. [본문으로]